"정부 재정 건전화 방침, 지자체 부담만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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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말 정부가 취득세 감면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택거래 활성활 방안을 발표하자 전국시도지사들이 지방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부산일보DB

정부는 최근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지출 억제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나라살림의 허리띠를 졸라매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전략.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의 국고보조가 줄어들어 재정 압박이 심화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종부세 감세 이어 취득세 감면
국고보조 사업도 구조조정
지자체 각종 사업 위축 우려 속
세수부족 지방 떠넘기기 비판


#국고보조사업 축소 논란=정부는 앞으로 지자체에 대한 국고보조사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부처별로 관행적으로 지원해 온 농공단지 조성 같은 사업이나 활용도가 낮은 국고보조 사업은 성과를 평가해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 이를 위해 문화·전시시설과 국제경기대회 등 국고 보조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사후평가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정부 입법정책협의회'의 운영을 강화해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입법추진도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업성과가 낮은 국고보조사업을 줄이면 지방재정도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가 국고 보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지자체의 각종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측은 "방만 재정은 고쳐야 하지만 지방 재정 여건이 어렵다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지방사업 구조조정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 '감세' 부담, 지방정부에 돌아가=정부는 최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방세인 취득세를 50% 감면하기로 한 데 이어 만 5세 아동에 대한 교육·보육비 지원에 필요한 예산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앙정부 정책의 재정부담을 지방정부에게 떠넘긴 셈이다.

정부는 내국세 증가로 인해 지방교육교부금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의 재정 자주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실시한 감세정책은 이미 지방재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2조7천671억 원에 달했던 종합부동산세 세수는 지난 2009년에는 9천677억 원으로 줄었다. 2년 새 65%가 줄어 '3분의 1토막'이 난 셈. 세수 전액을 지자체 재원으로 쓰는 종부세가 축소되면서 지방 재정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지방재정의 척도로 불리는 재정자주도(자체수입+자주재원/예산규모)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경우 지난 2003년 79.4%였던 재정자주도가 2006년 80.7%로 소폭 증가했으나 2007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72.5%까지 떨어졌다.

대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을 제외하고는 재정자주도가 가장 높은 울산도 2007년 84.6%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 지난해에는 78.8%로 떨어졌다. 경남의 재정자주도 역시 2006년(75.0%)에 비해 2010년(73.3%)이 더 낮았다.

지난 2006년 77.0%대 23.0%였던 국세-지방세 비율도 지난해에는 78.3%대 21.7%로 악화됐다. 반면 이웃 일본의 경우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56.6% 대 43.5%(2007년 기준)이고 미국은 56.1%대 43.9%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6대 4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 '재정 일방통행'에 비판 목소리 높아=중앙정부의 '재정부담 떠넘기기'는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갈등도 부추기고 있다. 취득세 감면과 관련, 정부가 지방의 세수 감소분을 전액 보전해 주겠다고 강조했지만 지자체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도 재정 보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때문이다.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논란과 관련, "정부가 세수부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중앙 정부 정책 때문에 지자체가 재정적 손실을 떠안아야 했던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지만 재정 보전 대책은 매번 부실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도 정부의 '재정 일방통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의 내년도 국가재정 운용계획과 관련, "독단적인 세제개편으로 지방정부의 독립성을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취득세 인하에 대해서도 "중앙집권적 발상일 뿐 아니라 부자감세정책"이라며 "지방채 발행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지방의회의 권한을 무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며 중앙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로 지방정부의 빚을 늘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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